“너희 자손들과도 싸우리라” (렘 2:9-13)

9.그러므로 내가 다시 싸우고 너희 자손들과도 싸우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10.너희는 깃딤 섬들에 건너가 보며 게달에도 사람을 보내 이같은 일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라

11.어느 나라가 그들의 신들을 신 아닌 것과 바꾼 일이 있느냐 그러나 나의 백성은 그의 영광을 무익한 것과 바꾸었도다

12.너 하늘아 이 일로 말미암아 놀랄지어다 심히 떨지어다 두려워할지어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13.내 백성이 두 가지 악을 행하였나니 곧 그들이 생수의 근원되는 나를 버린 것과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그것은 그 물을 가두지 못할 터진 웅덩이들이니라

오늘 본문은 앞서 언약을 파기하고 반역하였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구체적으로 하나님께 어떠한 죄악을 범하였는지 지적하며 책망하시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러므로 내가 다시 싸우고 너희 자손들과도 싸우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싸우고’라는 말씀은 ‘논쟁하다’, ‘변론하다’, ‘책망하다’ 등의 뜻을 가진 법정 용어로 이 말씀은 하나님을 배역한 이스라엘의 죄악에 관하여 공의로운 재판을 거행하시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지배하는 나라와 지배받는 나라 간에는 언약을 맺고 그 언약대로 조공을 바치며 평화의 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다 지배받는 나라가 반역을 일으킬 때 그 언약을 파기한 것을 근거로 강한 나라는 반역한 나라에 큰 공격으로 정벌하든지 상대국의 왕을 잡아 징벌하고 새 왕을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언약을 파기한 백성을 정당하게 심판하시고 합당하게 형벌하시려고 스스로 세우신 법정에 소송을 제기하시는 것입니다.
그 예로 요시야 왕이 애굽 왕 느고와의 전쟁에서 전사한 후 백성들은 여호아하스를 왕으로 세웠지만, 하나님 보시기에 악을 행하므로 석 달 만에 느고가 와서 그를 패위하고 대신하여 여호야김을 왕으로 세웠습니다.

그러나 애굽이 약해지고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강성해지면서 그들이 쳐들어 와 조공을 요구하므로 언약을 맺고 그의 요구를 따라 삼 년간 섬기다가 배반하므로 느부갓네살 왕은 다시 유다를 공격하였고, 그때 아람의 부대와 모압의 부대와 암몬 자손의 부대까지도 유다를 공격하여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왕하 24:1-2).

세속의 강한 나라와 그 지배를 받는 나라 간에도 언약을 지키지 않으면 그에 따른 형벌을 치러야 하는 것처럼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 간의 언약을 더 강력한 구속력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너희는 깃딤 섬들에 건너가 보며 게달에도 사람을 보내 이같은 일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깃딤’은 사도행전에 나오는 바나바의 고향인 구브로 섬을 뜻하는 말인데, ‘깃딤 섬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단어가 당시 구브로 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중해의 여러 섬을 통틀어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깃딤’이 유다 서쪽 나라들을 대표하였다면, ‘게달’은 유다의 동쪽 나라들을 대표하여 사용한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동서의 모든 나라를 다 살펴보아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배반하였던 것처럼 어떤 나라도 자기들의 신들을 배반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어서 ‘어느 나라가 그들의 신들을 신 아닌 것과 바꾼 일이 있느냐 그러나 나의 백성은 그의 영광을 무익한 것과 바꾸었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적어도 다른 나라들은 아무런 능력 없는 우상일지라도 자신들의 조상 때부터 섬기는 고유의 신들을 배반하는 일은 없건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대대로 참 신이신 유일하신 하나님의 백성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영광스럽게 섬겨야 할 하나님을 버리고 무익한 우상과 바꾸어 섬기는 죄악을 범하였습니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일로 인해 하나님께서는 ‘너 하늘아 이 일로 말미암아 놀랄지어다 심히 떨지어다 두려워할지어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늘은 종종 하나님께서 증인으로 소환하는 대상이곤 하는데, 여기서는 모든 것을 다 지켜보는 하늘조차 하나님을 향한 말도 안 되는 죄악을 범하는 악한 유다의 행위로 인하여 놀라 지켜보기 어렵고 두렵고 떨릴 정도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죄악을 두 가지로 지적하시는 데 하나는 그들이 생수의 근원 되시는 하나님을 버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그것은 그 물을 가두지 못할 터진 웅덩이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고대 근동 지방에서는 우기에 내릴 빗물을 모아 저장하기 위해 큰 웅덩이를 만들고 석회를 벽에 발라 모아진 물이 세어 나가지 못하도록 하였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상을 섬기는 것은 마치 스스로 만든 웅덩이의 석회가 균열이 생겨 물을 모아두지 못하고 빠져나가게 되는 것처럼 쓸모없는 행동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이 풍족한 생명수를 주시지만, 우상은 오히려 멸망에 이르게 하는 마른 웅덩이입니다.

목자가 되사 자기 백성들을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시는 주님 안에서 항상 거하며 사시는 복된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