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우리를 도우소서” (시 44:23-26)

23.주여 깨소서 어찌하여 주무시나이까 일어나시고 우리를 영원히 버리지 마소서

24.어찌하여 주의 얼굴을 가리시고 우리의 고난과 압제를 잊으시나이까

25.우리 영혼은 진토 속에 파묻히고 우리 몸은 땅에 붙었나이다

26.일어나 우리를 도우소서 주의 인자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구원하소서

시편 44편을 보면 만일 이 시가 시편에 들어와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면 참으로 믿음 없어 보이는 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적으로 인한 극심한 고난 가운데도 단 한 줄의 회개함도 없습니다.

더구나 시인은 고난의 이유 자체를 주께서 우리를 버리시고, 대적자들에게 내어주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이런 믿음 없어 보일 정도로 당당한 고백이 가능한 이유는 구원의 이유를 26절에서 말씀하는 것과 같이 ‘주의 인자하심’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인자하심’으로 번역된 ‘헷세드’는 시편에서 자주 ‘인자, 자비, 긍휼, 사랑’등으로 번역되는데 원뜻은 언약에 근거한 변함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다시 말해 시인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조상들과 맺으신 언약에 기초하여 이제까지 이스라엘을 건국하게 하시고 지켜오신 하나님 앞에 그 언약을 기억하여 이스라엘을 지켜주실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시인은 이스라엘의 태생부터가 인간의 노력이나 힘의 산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직 주의 오른손과 주의 팔과 주의 얼굴의 빛으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광야를 지나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하셨습니다.

그 하나님을 의지하여 시인은 다시 주의 구원을 요청합니다.

시인은 ‘주여 깨소서 어찌하여 주무시나이까’라고 외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하나님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는 분이십니다(시 121:4).

그런데도 이렇게 외치는 이유는 현재 이스라엘을 위해 하나님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하시며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하실 때도 마치 하나님은 주무시는 것처럼 아무 도움도 주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시편 22편의 말씀을 인용한 것으로 세상 죄를 지시는 유월절 어린 양으로서의 예언의 성취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누구라도 예수님의 그 외침을 들을 때 극심한 고통 가운데 있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셨고 달리신 예수님과 함께하셨습니다.

태양은 빛을 잃었고, 성소의 휘장은 찢어졌습니다.

조금 더 신인동성동형적 표현으로 말하자면 고통당하시는 독생자를 바라보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도 검게 타고, 찢어지는 고통을 함께 느끼셨을 것입니다.

시인이 ‘우리를 영원히 버리지 마소서 어찌하여 주의 얼굴을 가리시고 우리의 고난과 압제를 잊으시나이까’ 외칠 때에도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향한 자비의 얼굴을 가리지 않으셨으며 그들을 잊지 않으셨고 그들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어떤 이들은 정말 위기의 순간이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의지하지 아니하고 자기를 의지하고 또 도움 힘이 없는 인생들을 의지합니다.

비록 그가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섬기거나 하나님과의 언약을 저버리거나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하나님만을 자기의 도움으로 삼지 않고 여호와 하나님께만 자기의 소망을 두지 않는 자는 어떠한 복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시 146:5).

그러므로 성도는 오직 왕이시는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아뢸 때 그 막막한 순간에도 피할 길을 주시고 형통의 길로 인도하시는 줄 믿습니다.

이제 시인은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주님께 고백하며 나아갑니다.

‘우리 영혼은 진토 속에 파묻히고 우리 몸은 땅에 붙었나이다’

이전의 구절들은 대적자들로 인한 두려움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시인의 모습이었다면 이 구절은 감당할 수 없는 큰 고난 가운데도 오직 겸손히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자세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영혼도 육체도 가장 낮은 곳에서 겸손히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여전히 주의 인자하심을 주의 백성들에게 베푸시며 그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도우사 구원하시는 줄 믿습니다.

히스기야가 기도할 때에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막강한 앗수르 군대를 패하고 도망치게 하셨던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능력 역사가 저와 여러분의 삶속에 충만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