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비밀을 아시나이다” (시 44:17-22)

17.이 모든 일이 우리에게 임하였으나 우리가 주를 잊지 아니하며 주의 언약을 어기지 아니하였나이다

18.우리의 마음은 위축되지 아니하고 우리 걸음도 주의 길을 떠나지 아니하였으나

19.주께서 우리를 승냥이의 처소에 밀어 넣으시고 우리를 사망의 그늘로 덮으셨나이다

20.우리가 우리 하나님의 이름을 잊어버렸거나 우리 손을 이방 신에게 향하여 폈더면

21.하나님이 이를 알아내지 아니하셨으리이까 무릇 주는 마음의 비밀을 아시나이다

22.우리가 종일 주를 위하여 죽임을 당하게 되며 도살할 양 같이 여김을 받았나이다

시인은 왕이신 하나님을 모신 이스라엘이 이방 나라로 인해 파괴되고 멸시를 받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하나님께 모든 것을 아뢰었습니다.

어쩌면 이스라엘을 짓밟는 대적자들은 이스라엘을 조롱하기를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시 42:10)하며 비방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황당하고 막막한 상황에도 ‘우리가 주를 잊지 아니하며 주의 언약을 어기지 아니하였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만일 본 시의 시인이 고라 자손이라면 그는 레위 족속에 속하여 성전의 일을 돕는 자로서 제사를 위해 나아오는 수많은 백성을 살펴보았을 것입니다.

그는 언약적 입장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바라볼 때 그들은 유일하신 하나님을 섬기고 율법을 준행하는 일에 있어서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고의로 어기고 하나님을 배신하는 그런 백성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시인은 극심한 고난 가운데도 언약에 근거한 하나님의 구원을 간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 앗수르가 남유다를 위협할 때 그들을 대처하는 히스가야의 모습은 전혀 언약의 백성다운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애굽을 의지하고 그것이 실패하자 여호와의 성전과 왕궁 곳간에 있는 은을 다 주었고 성전의 문과 기둥에 입힌 금까지 벗겨서 조공으로 바쳤습니다.

그러나 앗수르는 만족하지 못하고 예루살렘까지 함락시키려 하였고 그제야 히스기야는 언약의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어쩌면 이미 모든 것을 거의 잃어버린 그로서는 기도 외에는 딱히 어떠한 방법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처음부터 언약의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에게 기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샤야를 통하여 “대저 내가 나를 위하며 내 종 다윗을 위하여 이 성을 보호하며 구원하리라”(사 37:35)라고 응답하셨습니다.

시인은 마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버리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의 마음은 위축되지 아니하고 우리 걸음도 주의 길을 떠나지 아니하였다’라고 고백합니다.

사실 이스라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역대 왕들과 이스라엘 백성들은 수없이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언약에서 벗어난 행동들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시인이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배신한 적도 하나님과의 언약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것은 이스라엘 가운데 아직도 주를 신실하게 섬기는 백성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 호소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엘리야는 바알 선지자들과의 갈멜산 대결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아합과 이세벨과 이스라엘 백성에게 실망하여 북이스라엘에는 더는 소망이 없음을 하나님 앞에 아뢰며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제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그들이 내 생명을 찾아 빼앗으려 하나이다’(왕상 19:14)라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에 칠천 명을 남기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다 바알에게 입맞추지 아니한 자니라”라고 말씀하시므로 엘리야 외에도 아직 하나님의 편에 선자들이 남아 있음을 알게 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전부는 아닐지라도 아직도 주의 언약을 기억하고 주님의 도우심을 기다리는 주의 백성들이 있음을 시인은 믿기에 언약에 근거하여 하나님께 구원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현재 상황은 승냥이의 처소에 밀어 넣어진 것처럼 사망의 그늘이 덮여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앞서 이유 없는 고난이라고 부르짖었던 시인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종일 죽임을 당하게 되며 도살할 양같이 여김을 받는 상황은 아직 변함이 없지만, 시인의 마음에 이 모든 고난이 ‘주를 위하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이 올바른지 마음이 진실한지 숨겨진 마음의 비밀까지도 다 아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겪는 고난이 진정 ‘주를 위하여’ 받는 고난이라면 우리는 더더욱 낙심할 이유가 없습니다.

주님을 위한 고난 주님을 위한 십자가의 길이라면 그 끝에는 분명한 승리와 구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주를 위하여 고난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주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기를 소망하는 우리 모든 성도의 삶에 승리와 평강이 가득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