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행하신 일” (시 44:1-3)

1.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 조상들의 날 곧 옛날에 행하신 일을 그들이 우리에게 일러 주매 우리가 우리 귀로 들었나이다

2.주께서 주의 손으로 뭇 백성을 내쫓으시고 우리 조상들을 이 땅에 뿌리 박게 하시며 주께서 다른 민족들은 고달프게 하시고 우리 조상들은 번성하게 하셨나이다

3.그들이 자기 칼로 땅을 얻어 차지함이 아니요 그들의 팔이 그들을 구원함도 아니라 오직 주의 오른손과 주의 팔과 주의 얼굴의 빛으로 하셨으니 주께서 그들을 기뻐하신 까닭이니이다

시편 44편은 ‘고라 자손의 마스길, 인도자를 따라 부르는 노래’라는 표제가 붙어 있습니다.

마스길은 ‘교훈 시’를 의미하는 말로 고라 자손에 의해 지어졌거나 편집된 시를 뜻합니다.

또 ‘인도자를 따라 부르는 노래’라는 말은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서 성전의 찬양대가 부르던 노래라는 의미입니다.

이 시의 역사적 배경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스라엘이 이방 나라에 철저하게 짓밟히고 파괴당한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조상들에게 나라를 세워주셨던 일을 회상하며 다시 구원해 주시기를 간구하는 내용으로 볼 때 북이스라엘의 멸망의 시기, 히스기야 왕 시대에 앗수르에게 침략을 당한 때, 남유다의 바벨론 포로기 등 몇 가지로 압축해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시인이 고백하는 당시 상황은 이방 나라의 침략으로 인한 위기가 지도자나 민족이 범한 죄의 결과는 아니며 이스라엘이 침략자들을 대적할 만한 힘이 없을 정도로 군사력이 약해져 있었던 때이므로 히스기야왕 때 있었던 앗수르 왕 산헤립의 침략을 배경으로 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히스기야 왕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셔서 하나님의 사자를 보내어 앗수르 군사 십팔만 오천 명을 치셨고(왕하 19:35) 앗수르왕 산헤립과 남은 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히스기야의 사건이 배경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벗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위기에 시인은 믿음으로 주의 도움과 구원을 간구하였습니다.

1절에서 시인은 자신이 말씀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하나님께서 조상들에게 행하신 일을 회상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가 ‘너는 그 일들을 네 아들들과 네 손자들에게 알게 하라’(신 4:9)라고 명한 대로 주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신 일들을 후손들에게 알리었습니다.

그렇게 이스라엘 건국의 이야기는 율법서에 기록된 것 외에도 각 가정에서 구전으로 후손들에게 알려져 왔습니다.

시인도 하나님께서 애굽에서 430년 동안을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시고 광야 40년의 생활을 지나 약속하신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셔서 정착하게 했던 옛날에 행하신 일을 조상으로부터 들어 왔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역사는 인간의 어떠한 공로도 없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입니다.

2절에서 시인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의 힘으로 이 땅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주께서 주의 손으로 뭇 백성을 내쫓으시고 우리 조상들을 이 땅에 뿌리 박게 하시며 주께서 다른 민족들은 고달프게 하시고 우리 조상들은 번성하게 하셨나이다’라고 말씀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하여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은 후 가나안 땅을 앞두고 가데스 바네아에서 12정탐꾼을 가나안으로 들여보냈었지만, 그들은 가나안 정복을 불가능하다고 불평하며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고 반역하였습니다.

이 일로 인하여 하나님께서 진노하셨고 반역한 그들은 광야에서 40년을 떠돌며 다 죽게 하시고 당시 20세 이하의 어린아이들과 광야에서 태어난 새로운 세대들만이 여호수아와 갈렙의 지도하에서 가나안을 들어가게 하셨습니다.

두려워서 처음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거부했던 세대와 달리 광야의 세대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가나안을 정복하고 그 땅의 원주민들을 다 쫓아냈습니다.

이 사실로만 봐도 그들의 선조들이 두려워하던 땅을 40년 뒤에 새로운 세대가 담대히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노력의 결과가 아닌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승리의 역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이스라엘 백성들이 무기를 들고 싸웠을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친히 주의 오른 손과 주의 팔과 주의 얼굴의 빛으로 그들을 승리로 이끄셨습니다.

주의 오른 손과 주의 팔은 주의 힘과 능력의 상징이며, 주의 얼굴의 빛은 주의 자비와 은혜의 상징입니다.

이 모든 역사는 오직 주께서 그들을 기뻐하셨고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시인은 바로 그들의 조상들에게 베푸셨던 무조건적 사랑에 근거하여 주의 도우심을 간구하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다가도 막상 문제가 해결된 뒤에는 감사하지 못하고 자신의 힘과 노력의 결과로 해결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를 봅니다.

그러나 성도는 어느 것 하나 주님의 도우심 없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늘도 이제까지 도우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믿음으로 승리의 삶을 사시는 복된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