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한 여인이 떠들며” (잠 9:13-18)

13.미련한 여인이 떠들며 어리석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14.자기 집 문에 앉으며 성읍 높은 곳에 있는 자리에 앉아서

15.자기 길을 바로 가는 행인들을 불러 이르되

16.어리석은 자는 이리로 돌이키라 또 지혜 없는 자에게 이르기를

17.도둑질한 물이 달고 몰래 먹는 떡이 맛이 있다 하는도다

18.오직 그 어리석은 자는 죽은 자들이 거기 있는 것과 그의 객들이 스올 깊은 곳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느니라

오늘 본문은 잠언 중 솔로몬의 15편 설교 중 마지막 설교의 후반부로 의인화된 미련의 초청과 그 추종자들의 우매함에 대한 말씀입니다.

솔로몬은 ‘미련한 여인이 떠들며’라는 말씀으로 ‘지혜’에 이어서 ‘미련’도 의인화하여 ‘미련한 여인’ 즉 음녀가 사람들에게 호객 행위하는 것에 빗대어 묘사합니다.

여기서 ‘미련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로 ‘케씰루트’는 그 자체가 이미 여성형이므로 따로 ‘여인’에 해당하는 ‘에쉐트’란 표현이 필요가 없음에도 이를 쓴 것은 미련이 음녀와 같은 특성을 지녔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미련한 여인’의 첫 번째 특징은 ‘떠들며’입니다.

‘떠들며’(호미야/하마)는 ‘소요 사태를 일으키다’, ‘동요하다’, ‘웅성거리다’, ‘으르릉대다’, ‘신음하다’, ‘방황하다’, ‘돌아다니다’ 등의 다양한 뜻이 있는데, 이는 조신하거나 사려 깊지 못하며 도리어 성급하고 천박하며, 정처 없이 방황하며 행동에 도무지 일관성이 없음을 나타냅니다.

두 번째 특징은 ‘어리석어서’(페타이유트/파타흐)인데, 이는 쉽게 악에 동요되고 마음이 단정치 못하며 경솔하고 우둔한 짓을 자행한다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 특징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인데, 이는 완전한 무지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알아야 할 가치 있는 지식의 결여를 강조하여 나타낸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들을 가진 ‘미련한 여인’은 ‘자기 집 문’과 ‘성읍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자기 집’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은 소중한 자기의 보금자리를, 또는 가족들의 생활 공간을 죄악의 처소로 만들어 버림을 강조함으로써 음녀의 사악함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성읍 높은 곳’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를 의미하며, 앞선 3절에 지혜가 사람들을 초청하기 위해 보낸 여종이 성 중 높은 곳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을 모방하는 것으로 음녀의 악을 행하는 일에 담대함을 보여줍니다.

‘미련한 여인’이 소리쳐 부르고자 하는 대상은 ‘자기 길을 바로 가는 행인들’ 즉 지혜의 교훈을 받아서 의롭고 정직하며 하나님의 축복에 합당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미련한 여인’은 마치 4절에서 지혜가 보낸 여종의 말처럼 ‘어리석은 자는 이리로 돌이키라’라고 말합니다.

이는 음녀가 지혜의 말을 모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러한 유사성 때문에 사람들은 사단의 속삭임을 진리의 말로 착각하여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음녀가 부르는 대상이 ‘어리석은 자’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이 실제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지혜가 가르쳐주는 한길만 가는 그들을 조롱하며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 사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녀는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도록 교묘히 권하는 것입니다.

음녀는 4절에서와 마찬가지로 ‘지혜 없는 자’에게도 말하고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영적이고 정신적인 것보다 육체적인 것에 사로잡혀 있으며 바른 판단력과 이성적인 능력 혹은 영성이 부족한 자를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음녀는 바른길을 가는 자들을 향하여도 유혹하지만, 유혹하기 쉬운 상대들을 향하여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음녀가 ‘지혜 없는 자’에게 유혹하는 말은 ‘도둑질한 물이 달고 몰래 먹는 떡이 맛이 있다’입니다.

‘도둑질한 물’과 ‘몰래 먹는 떡’은 불륜을 저지르는 것과 음란한 성관계를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도적질’과 ‘몰래’라는 말은 인간의 본성에 뿌리박혀 있는 악한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금지된 것을 동경하고 가지려 하고 또한 이를 숨기려 하는 죄악 된 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단은 이러한 죄에 대한 욕망과 숨김의 욕망에 심리적 자극을 불러일으켜 죄를 짓게 합니다.

마찬가지로 ‘달고’, ‘맛이 있다’라는 말 역시 심리적 자극을 일으키는 말입니다.

솔로몬은 결론적으로 ‘오직 그 어리석은 자는 죽은 자들이 거기 있는 것과 그의 객들이 스올 깊은 곳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느니라’ 말씀하며, 화려해 보이는 음녀의 사악한 유혹의 초청에 응한 자가 받게 되는 심판에 관해 말씀합니다.

이는 어리석은 자가 과거 음녀의 유혹에 응하여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며 살다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 사람들에 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과거의 사람들과 같은 심판을 겪게 될 위험을 경고한 것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미련하다고 조롱하여도, 오직 말씀의 참된 것만을 따라 생명의 길을 가는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