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난 후에라도” (벧후 1:12-15)

12.그러므로 너희가 이것을 알고 이미 있는 진리에 서 있으나 내가 항상 너희에게 생각나게 하려 하노라

13.내가 이 장막에 있을 동안에 너희를 일깨워 생각나게 함이 옳은 줄로 여기노니

14.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지시하신 것 같이 나도 나의 장막을 벗어날 것이 임박한 줄을 앎이라

15.내가 힘써 너희로 하여금 내가 떠난 후에라도 어느 때나 이런 것을 생각나게 하려 하노라

오늘 본문은 베드로 사도가 흩어져 있는 고난 받는 성도들에게 이 서신을 쓰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곧 순교할 때가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주님께서 승천하신 이후로 언제나 곧 다가올 순교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주님께서 잡히시던 날 온갖 고초를 당하시던 때에 겁에 질려 주님을 뒤로하고 부인하며 도망치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면서 후회하고 다시 기회가 온다면 이제는 당당히 순교의 잔을 마시리라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부활하신 주님께 이미 자신의 마지막에 관하여 특별히 받은 말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빈 무덤을 확인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나 뵙고도 디베랴 호수로 다른 제자들과 고기 잡으러 갔을 때 주님께서는 친히 찾아오셔서 그의 잃었던 믿음과 사명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그때 주님은 베드로에게 앞으로의 삶에 관하여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요 21:1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 요한은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를 곁에서 직접 들었으며 그 말씀을 요한복음에 기록했습니다.

요한복음의 기록연대는 대부분 베드로가 이미 순교한 이후로 봅니다.

요한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베드로의 순교에 대해 처음부터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복음서를 기록하면서 베드로의 순교와 들었던 이 말씀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베드로가 어떠한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을 가리키심이러라”(19절)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베드로 자신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지시한 것 같이’라고 말한 것을 볼 때 주님께서 자신에게 하신 말씀이 자신의 순교에 관한 말씀이라는 잘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나도 나의 장막을 벗어날 것이 임박한 줄을 앎이라”라고 고백하며 다가올 죽음에 관하여 당연한 듯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같으면 이제 곧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엇을 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내시겠습니까?

사실 언제일지 모를 뿐이지 평균적인 인생의 시간을 고려하여 비교할 때 남아 있는 시간이 그렇게 무한정 많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아실 것입니다.

로마의 핍박이 심해지면서 이제 곧 임박한 죽음을 느낀 그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그동안 열심히 가르쳤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성도들에게 다시 일깨우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의 서신을 받는 소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성도들은 믿음이 연약하거나 그리스도의 복음에 관하여 무식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진리에 서 있는 자들로서 즉 앞서 이야기했던 그리스도를 아는 일과 구원의 복음을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으며 어지간한 핍박에는 흔들리지 않을 확고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베드로는 그들이 이미 다 알고 있고 어쩌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을 구원에 관한 복음을 다시 그들에게 일깨워 항상 생각나게 하는 것이 옳은 줄로 여긴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이어지는 권면의 내용을 볼 때 교회 안에 가만히 들어와 성도들을 미혹하려는 거짓 교사들과 이단들의 거짓 가르침으로 인해 많은 성도가 이미 미혹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자신처럼 그리스도의 부활을 목도한 증인들이 남아 있기에 성도들이 잘못된 길로 갈 때 권면하고 바른 복음을 전해줄 수 있겠지만, 만일 자신이 순교하고 더는 그들에게 권면할 수 있는 이들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되었을 때 성도들이 미혹되어 온전한 진리에서 벗어나게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이 서신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복음의 진리는 머리로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해도 확고한 믿음 없이는 쉽게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3년이라는 시간을 예수님과 동거동락하며 말씀을 배우고 다른 사람은 다 떠나도 주님을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베드로지만 정작 주님께서 잡히실 때 두려워서 도망쳐 버렸던 기억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언제든 성도들이 믿음에서 흔들릴 상황이 닥쳤을 때 기록된 이 서신의 교훈과 권면들을 읽어보며 다시 힘을 얻어 그들이 이미 가진 진리에 굳게 서서 주님 오실 때까지 견고히 믿음을 지키기를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인생의 남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주의 재림을 고대하며 베드로와 같이 우리 가정과 교회가 복음의 진리 가운데 견고히 서도록 믿음으로 신앙의 발자취를 남기는 복된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