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비천한 사람” (단 11:21-24)

21.또 그의 왕위를 이을 자는 한 비천한 사람이라 나라의 영광을 그에게 주지 아니할 것이나 그가 평안한 때를 타서 속임수로 그 나라를 얻을 것이며

22.넘치는 물 같은 군대가 그에게 넘침으로 말미암아 패할 것이요 동맹한 왕도 그렇게 될 것이며

23.그와 약조한 후에 그는 거짓을 행하여 올라올 것이요 소수의 백성을 가지고 세력을 얻을 것이며

24.그가 평안한 때에 그 지방의 가장 기름진 곳에 들어와서 그의 조상들과 조상들의 조상이 행하지 못하던 것을 행할 것이요 그는 노략하고 탈취한 재물을 무리에게 흩어 주며 계략을 세워 얼마 동안 산성들을 칠 것인데 때가 이르기까지 그리하리라

본문은 셀류쿠스 왕조의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가 왕위에 오르게 되는 과정에 관한 말씀입니다.

안티오쿠스 4세는 안티오쿠스 3세가 로마 장군 스키피오에게 패하면서 로마에 볼모로 끌려가 14년을 지냈습니다.

안티오쿠스 3세가 병사한 뒤 셀류쿠스 4세가 왕위를 이었지만, 헬리오도루스에게 독살당했습니다.

셀류쿠스 4세는 독살되기 직전 자신의 장자 데메트리우스를 로마로 보내고, 안티오쿠스 4세를 귀환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로마에 있던 안티오쿠스 4세가 계략을 꾸며 형의 장자와 자신을 맞바꾸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헬리오도루스는 셀류쿠스 4세를 독살한 후 자신이 섭정할 것을 계획하고 셀류쿠스 4세의 차자인 안티오쿠스를 왕으로 세우려 하였는데, 당시 어린 아기였다고 합니다.

안티오쿠스 4세는 귀환하던 중 이 소식을 듣고 안디옥으로 가서 헬로오도루스를 제거하고, 형의 차자 안티오쿠스와 공동 왕위에 올랐지만, 어린 조카 안티오쿠스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부하 안드로니쿠스를 보내어 연금 상태에 있던 안티오쿠스를 암살하게 하고, 이 사실이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여 암살의 죄를 물어 안드로니쿠스도 죽여 증거를 없앤 후 셀류쿠스 왕조의 제8대 왕이 되었습니다.

21절의 ‘그의 왕위를 이을 자는 한 비천한 사람이라’는 말씀은 셀류쿠스 4세를 이어 왕이 된 동생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B.C.175-163)를 말하는 것으로, ‘비천한 사람’은 ‘비열한 사람’ 또는 ‘경멸할 만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안티오쿠스 4세가 왕위에 오른 과정이 비열했고, 유대인들을 핍박하고 성전을 모독하는 죄를 범했기 때문입니다.

22절, ‘넘치는 물 같은 군대가 그에게 넘침으로 말미암아 패할 것이요 동맹한 왕도 그렇게 될 것이며’라 말씀합니다.

‘넘치는 물 같은 군대’는 첫째로 안티오쿠스 4세에게 제거당한 헬로오도루스를 따르는 무리들이 반란을 꾀하다가 실패한 것이르는 견해와 둘째로 안티오쿠스 4세와 애굽의 톨레미 6세 필로메토르와의 전쟁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문맥상 둘째 견해가 옳은 것으로 보이며, 애굽의 톨레미 6세는 톨레미 5세의 죽음 이후 6살의 나이로 왕이 되었고, 어머니 클레오파트라 1세의 섭정을 받았으며, 그가 18세가 되던 해인 B.C.169년에는 대규모의 군대를 구성하여 오래 전 안티오쿠스 3세에게 빼앗겼던 베니게와 팔레스타인을 탈환하기 위해 셀류쿠스 왕국의 영토를 침략하게 됩니다.

그러나 안티오쿠스 4세의 군대가 펠루시움(Pelucium) 에서 대승을 거두게 되고 톨레미 6세는 포로가 되어 끌려갑니다.

‘동맹한 왕’은 톨레미 6세, 화친한 왕들, 당시 유다의 대제사장이었던 오나시스 3세라는 견해 등이 있습니다.

모두 가능성 있는 주장이지만, 본문이 유다와 관련된 역사라는 점을 생각할 때 오나시스 3세로 볼 수 있습니다.

오나시스 3세는 안티오쿠스 4세로부터 자치권을 부여받은 공식적인 유다의 지도자이지만, 그는 안티오쿠스 4세의 헬라와 정책에 반대하여 애굽을 지지하였고,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오나시스 3세의 동생 야손이 안티오쿠스 4세에게 뇌물을 주어 형을 몰아내고 대제사장이 되었지만(B.C.172), 이후 더 많은 뇌물을 바친 레위인이 아닌 메넬라우스가 대제사장에 올랐습니다(B.C.170).
메넬라우스가 대제사장이 된 이유는 예루살렘 성전에 있는 보물을 훔치기 위한 것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오나시스 3세는 이 사실을 백성들에게 알렸고, 메넬라우스가 자신을 죽이려 하자, 성전의 제단 뿔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제단 뿔을 붙들고 있는 자는 죽일 수 없었으므로, 그와 화해를 약속하고 밖으로 나오자 살해하였습니다.

23절, ‘그와 약조한 후에 그는 거짓을 행하여 올라올 것이요 소수의 백성을 가지고 세력을 얻을 것이며’라 말씀합니다.

‘그와 약조한 후’라는 것은 두 가지 견해가 있는데, 하나는 애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왕인 톨레미 6세를 포로로 끌고 오자, 애굽은 그의 동생 톨레미 8세를 왕으로 선포하였고, 이를 알게 된 안티오쿠스 3세는 톨레미 6세와 속국의 언약을 맺고 본국으로 보냈는데, 본국으로 온 후 톨레미 6세가 다시 왕으로 복귀하였지만, 동생 톨레미 8세와 연합하여 안티오쿠스 3세를 대항하게 될 것이고 이를 알아챈 안티오쿠스 3세가 먼저 공격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안티오쿠스 3세가 뇌물을 주어 오나시스 3세를 물러나게 한 야손과의 언약을 어기고 자격 없는 메넬라우스를 세우고 소수의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헬라화 정책을 실행할 것이라는 견해인데, 첫째 견해가 옳게 보입니다.

24절은 언약을 파기하고 애굽을 공격하여 예상치 못했던 많은 곳을 공격하고 약탈한 것을 군인들과 백성들에게 나눠주어 환심을 사려 할 것이지만, 그러한 일들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때까지일 뿐이라는 말씀입니다.

악인이 스스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인내로 승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