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권유하시므로” (렘 20:7-10)
7.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권유하시므로 내가 그 권유를 받았사오며 주께서 나보다 강하사 이기셨으므로 내가 조롱 거리가 되니 사람마다 종일토록 나를 조롱하나이다

8.내가 말할 때마다 외치며 파멸과 멸망을 선포하므로 여호와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내가 종일토록 치욕과 모욕 거리가 됨이니이다

9.내가 다시는 여호와를 선포하지 아니하며 그의 이름으로 말하지 아니하리라 하면 나의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골수에 사무치니 답답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

10.나는 무리의 비방과 사방이 두려워함을 들었나이다 그들이 이르기를 고소하라 우리도 고소하리라 하오며 내 친한 벗도 다 내가 실족하기를 기다리며 그가 혹시 유혹을 받게 되면 우리가 그를 이기어 우리 원수를 갚자 하나이다

본문은 선지자가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말씀을 전하므로 겪게 되는 멸시와 고초들을 하나님께 고백하는 내용입니다.

선지자는 ‘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권유하시므로 내가 그 권유를 받았사오며’라고 말씀합니다.

‘권유하시므로’(핏티타니)라는 단어는 정중하게 상대에게 의견을 묻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원문의 의미는 ‘유혹하다’, ‘속이다’라는 뜻의 단어로, 하나님께서 자신을 속여서 하나님의 뜻대로 하게 하셨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주께서 나보다 강하사 이기셨으므로’라고 말하므로 하나님의 강권적인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어찌 보면 하나님 앞에 감히 할 수 없는 매우 불손한 말을 쏟아내고 있는 선지자의 언행입니다.

그러나 선지자는 자신이 이러한 말을 하게 되는 이유로 자신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므로 겪게 되는 고난의 상황을 ‘내가 조롱 거리가 되니 사람마다 종일토록 나를 조롱하나이다’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선지자는 하나님의 강권적인 권유에 압도되어 선택의 여지 없이 주시는 말씀에 순종하여 예언의 말씀을 전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결과는 백성들의 반발과 비난과 조롱과 위협이 있을 뿐 마치 진짜로 유다의 멸망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오랫동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음에 답답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 예레미야 선지자가 유다와 예루살렘의 파멸과 멸망을 선포하였을 때는 어쩌면 몇몇 사람이라도 두려움의 반응을 보였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선지자가 말할 때마다 반복해서 ‘파멸과 멸망’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징조도 보이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이내 두려워하기는커녕 듣는 사람마다 그를 외면하고 거짓 선지자라고 조롱하고 욕하므로 그는 ‘종일토록 치욕과 모욕 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선지자도 사람이라 그 마음이 상처를 입고 ‘내가 다시는 여호와를 선포하지 아니하며 그의 이름으로 말하지 아니하리라’하는 생각까지 하였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경고하신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이미 계시의 환상을 통해 멸망의 때에 유다와 예루살렘 백성들이 겪게 될 참상을 목도하였으므로, 그 경고의 말씀을 동족들에게 전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회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기에 ‘나의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골수에 사무치니 답답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라고 그는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바울도 자신이 부득불 복음을 전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고전 9:16에서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로다’라고까지 고백하였습니다.

선지자는 ‘나는 무리의 비방과 사방이 두려워함을 들었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앞서 선지자는 바스훌에 하나님께서 그의 이름으로 ‘마골밋사빕’으로 불리게 하실 것이라고 말씀했었습니다.

바로 ‘사방이 두려워함’이라는 단어가 ‘마골밋사빕’이므로, 사람들은 바스훌이 아닌 예레미야에게 비방하며 그 별명을 붙여 불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유다 백성들은 서로 말하기를 ‘고소하라 우리도 고소하리라’하였고, 자신의 친한 벗도 다 자신이 실족하기를 기다리며 ‘그가 혹시 유혹을 받게 되면 우리가 그를 이기어 우리 원수를 갚자’라고 하였다고 말합니다.

‘고소하라 우리도 고소하리라’라는 말은 그 대상을 하나님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문맥상 선지자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의 말이므로 이는 자신들의 비방의 말이 억울하다면 사회 법정이나 종교 법정에 고발해보라는 이야기이며, 만일 고발한다면 자신들도 거짓으로라도 고발하겠다는 말입니다.

심지어 가까운 친구들까지 그들과 동조하여 ‘그가 혹시 유혹을 받게 되면 우리가 그를 이기어 우리 원수를 갚자’라고 말하며 만일 선지자가 실수하는 모습들이 발견된다면 그것을 책을 잡아 그를 고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생각한 ‘유혹’은 선지자가 비난을 견디다 못해 신성모독과 같은 망언을 하리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선지자가 유혹되어 하나님 앞에 말로서 범죄하기를 기다린다고 해도 그들이 거짓으로 고발하지 않는 이상 하나님께 이미 속한 선지자를 고발할만한 사유를 찾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비방 받지 말고 오직 복음에 합당한 말과 행동으로 사시는 복된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