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가상칠언) (금요일)

본문 : (요 19:28-30)

28.그 후에 예수께서 모든 일이 이미 이루어진 줄 아시고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사 이르시되 내가 목마르다 하시니

29.거기 신 포도주가 가득히 담긴 그릇이 있는지라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적신 해면을 우슬초에 매어 예수의 입에 대니

30.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오늘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말씀하신 다섯 번째 말씀과 여섯 번째 말씀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다섯 번째 말씀은 ‘내가 목마르다’입니다.

십자가에서 장시간 피와 물을 쏟으신 예수님은 육신적으로도 심히 목이 마르셨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십자가 위에서 ‘목마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전혀 이상하거나 특별하게 보일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도 예수님의 인성으로서의 마지막 고난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인성을 가지신 모습 그대로 우리의 모든 고난을 끝까지 체휼하셨다는 것입니다.

충분히 이해되는 해석입니다.

그러나 사도 요한은 ‘모든 이리 이미 이루어진 줄 아시고’라고 말씀하시므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구원 사역이 예수님 자신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아셨다고 말씀합니다.

즉 예수님의 ‘목마름’은 우리의 고통을 체휼하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가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예수님께서 ‘내가 목마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자신의 목마름 때문이 아닌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시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사도 요한의 증언은 십자가 위에서 물과 피를 다 흘리신 상황에서 예수님이 목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은 구약에 예언된 메사야이시며 그 예언을 다 성취하신 분이시기에, 모든 것을 이루신 마지막 순간까지도 구약의 예언된 고난의 종과 관련된 구절을 성취하시기 위해 ‘내가 목마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말씀하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요한이 생각하는 성취된 구약의 말씀이 시편 69:21일 것이라 말합니다.

시편 69편은 다윗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극심한 고난을 겪던 중에 지은 시로서 21절의, “그들이 쓸개를 나의 음식물로 주며 목마를 때에는 초를 마시게 하였사오니”라는 말씀은 그가 얼마나 큰 심적 고통을 느끼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쓸개’는 매우 쓴 성질을 갖고 있어서 고난을 상징하고, ‘초’는 산화된 값싼 포도주나 저급한 술을 의미하며 이러한 술은 노예나 죄수와 같은 이들에게 제공되었던 것으로 심판 멸시를 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다윗이 시편 69편을 쓴 시기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학자들은 대부분 그의 통치 말기에 질병으로 누웠을 때 있던 어떤 고통스러운 일을 배경으로 쓴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질병 가운데 누웠다고 하여도 당시 다윗은 왕이기에 ‘쓸개’나 ‘초’로 인해 고난을 실제로 겪게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므로, 이 구절은 장차 오실 고난 받는 그리스도에 관한 예언의 구절로 보는 것입니다.

마태복음에서는 이 예언의 성취를 좀 더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마태복음 27:34에서는 ‘쓸개 탄 포도주를 예수께 주어 마시게 하려 하였더니 예수께서 맛보시고 마시고자 하지 아니하시더라’라고 하였고, 48절에서는, ‘그 중의 한 사람이 곧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다가 신 포도주에 적시어 갈대에 꿰어 마시게 하거늘’이라고 기록하므로 시편 69편의 예언이 그대로 성취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에서 마가의 증언은 사도 마태의 증언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마가복음 15:23에서는, 십자가에 못 박기 직전 군병들이 예수님께 마시게 하려 하였던 것이 ‘쓸개 탄 포도주’가 아닌 ‘몰약을 탄 포도주’라고 말씀합니다.

마태복음과 마찬가지로 몰약을 탄 포도주를 주었으나 예수께서는 마시지 아니하셨습니다.

‘쓸개’와 ‘몰약’은 진통 효과가 있다고 여겨 십자가에 달리는 죄수들에게 고통을 적게 하려고 포도주에 타서 마시게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몰약’은 값비싼 재료이므로 비교적 싼 ‘쓸개’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고통을 겪는 것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감하려 하지 않으시고 철저하게 인류의 죄를 감당하시기 위해 그 포도주를 거부하였던 것입니다.

다만, 신포도주는 순간적으로나 잠시 갈증을 해갈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므로 마지막으로 예언의 성취와 함께 실제적인 목마름으로 인해 조금 받아 드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목마르다’라고 말씀하신 것에 관한 또 다른 주장으로는 예수님께서 죄악으로 인해 저주받아 영적으로 메말라 있는 세상을 보시며 안타까워하시는 영적 목마름에 관한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복음 4:14에서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수가성 여인에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십자가와 부활로 우리에게 영생하는 샘물을 주시기 위해 스스로 저주의 목마름을 겪고 계신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내가 목마르다’라는 말씀 후 신포도주를 받으시고, 여섯 번째로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시고 돌아가셨다고 증언합니다.
KJV나 NIV 등의 영어 번역본들에서는 이 말씀을 ‘It is finished’ 즉 ‘그 일이 이루어졌다’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하신 말씀이 자신이 무엇인가를 이룬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서 이루시기를 원하시는 뜻을 온전히 다 이루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고 계신 것입니다.

창세 전에 세우신 온 인류를 위한 성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로 단번에 이루셨습니다.

모진 고통과 모욕을 참으시며 십자가에서 끝까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모두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오늘도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로 고백하는 모든 성도에게 충만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