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땅 같이 주를 사모하나이다” (시 143:1-6)

1.여호와여 내 기도를 들으시며 내 간구에 귀를 기울이시고 주의 진실과 의로 내게 응답하소서

2.주의 종에게 심판을 행하지 마소서 주의 눈 앞에는 의로운 인생이 하나도 없나이다

3.원수가 내 영혼을 핍박하며 내 생명을 땅에 엎어서 나로 죽은 지 오랜 자 같이 나를 암흑 속에 두었나이다

4.그러므로 내 심령이 속에서 상하며 내 마음이 내 속에서 참담하니이다

5.내가 옛날을 기억하고 주의 모든 행하신 것을 읊조리며 주의 손이 행하는 일을 생각하고

6.주를 향하여 손을 펴고 내 영혼이 마른 땅 같이 주를 사모하나이다 （셀라）

시편 143편은 표제가 ‘다윗의 시’이지만 시의 배경에 관하여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사본에는 다윗이 그 아들 압살롬에게 쫓길 때 지은 시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내용상 직접적인 표현이 나오지는 않기에 대부분 번역본에는 표제를 ‘다윗의 시’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를 쓰고 있는 다윗은 분명 고난 가운데 있고 대적들로 인하여 위협을 받는 상황입니다.

다윗은 언약을 이루시는 하나님 여호와를 부르고 이 모든 상황을 하나님께 아뢰며 겸손히 하나님의 응답을 구합니다.

그는 ‘주의 진실과 의로 내게 응답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진실과 의’는 하나님의 성품입니다.

다윗은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과 의가 아닌 하나님의 성품에서 나오는 진실과 의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시고 응답해주시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다윗을 대적하는 원수들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진실하지도 의롭지도 못한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 공의로 심판하실 때 그들은 반드시 그들의 죄악으로 심판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님 앞에서 누구도 스스로 의롭다 인정받을 인생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다윗은 악인의 심판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주의 종에게 심판을 행하지 마소서’라고 간구합니다.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죄악까지 심판하지는 말아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당하는 고난이 자신의 죄로 인한 하나님의 징계라는 사실을 깨닫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쓰고는 있지만 하나님의 심판의 대상으로 볼 때는 다윗을 핍박하는 원수들의 죄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그에게 약속하신 언약을 의지하여 기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삼하 7:14-15).

사람의 매와 인생의 채찍으로 때릴지라도 버리지는 않겠다고 약속하셨던 그 말씀을 기억하여 간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다윗은 대적하는 원수를 하나님께 고발합니다.

다윗의 영혼은 원수들로 인하여 심한 고통을 받아 이미 거의 죽은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육신적으로도 뒤쫓는 원수들로 인해 이미 살소망이 거의 없는 암흑과 같은 참담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마치 몸과 마음이 잘게 부서져 땅에 흩어진 상태와 같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이지만 원수 때문에 영육간에 완전히 힘을 잃고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상태로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절망 가운데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다시 그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할 수 있는 것은 이스라엘 역사 속에 의인과 함께 하셨던 하나님을 기억하고 다윗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아도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현재 위급한 상황에 직면하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막막함으로 크게 좌절합니다.

그러나 성도들은 우리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기만 해도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을 어떻게 돌보시고 인도하셨는가를 깨닫게 되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견뎌낼 수 있습니다.

혹여 우리의 인생이 고난의 연속이라고 여겨질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우리가 믿음으로 인내하고 고난을 이겨나갈 때 주께서 예비하신 승리의 관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약 1:12).

다윗은 옛날을 기억하고 주의 행하신 모든 것을 묵상하며 주의 손이 행하는 일을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생각한다’라는 말의 원형의 뜻은 ‘큰소리로 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옛적에 행하신 일을 기억하고 묵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큰 소리로 외쳐 증거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옛 경험들은 다윗이 현재도 하나님을 의지하고 두 팔을 벌려 하나님을 향하며 간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다윗은 마치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메말라 버린 대지가 단비로 생기를 얻듯이 갈급한 심령 위에 하나님의 응답하심과 은혜주심을 간절히 사모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편이 되셨고 위기의 순간에도 구원해 주셨음을 우리는 말씀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난 당하는 다윗은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그 고난의 순간들이 괴롭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다윗이 그랬던 것처럼 고통의 끝은 여전히 알 수 없기에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이제까지 도우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묵상하고 믿음으로 삶의 경주에서 승리하시는 복된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