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시 39:1-6)

1.내가 말하기를 나의 행위를 조심하여 내 혀로 범죄하지 아니하리니 악인이 내 앞에 있을 때에 내가 내 입에 재갈을 먹이리라 하였도다

2.내가 잠잠하여 선한 말도 하지 아니하니 나의 근심이 더 심하도다

3.내 마음이 내 속에서 뜨거워서 작은 소리로 읊조릴 때에 불이 붙으니 나의 혀로 말하기를

4.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이 언제까지인지 알게 하사 내가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5.주께서 나의 날을 한 뼘 길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사람은 그가 든든히 서 있는 때에도 진실로 모두가 허사뿐이니이다 （셀라）

6.진실로 각 사람은 그림자 같이 다니고 헛된 일로 소란하며 재물을 쌓으나 누가 거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시편 39편은 다윗의 시이며 표제는 ‘다윗의 시, 인도자를 따라 여두둔 형식으로 부르는 노래’입니다.

개역개정판 이전 개역한글판 성경에서는 표제가 ‘다윗의 시, 영장 여두둔으로 한 노래’라고 되어 있습니다.

번역에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여두둔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의 차이입니다.

다윗에게는 세 명의 찬양대 지휘자가 있었는데, 아삽, 헤만, 여두둔입니다.

여두둔을 사람으로 생각할 경우 ‘찬양 지휘자 여두둔의 지휘에 맞춰서 찬양대가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해석으로는 여두둔을 ‘찬송’ 또는 ‘고백’이라는 뜻으로 해석하여 ‘찬송 형식 또는 고백 형식으로 부르는 노래’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주석에서는 찬양대 지휘자 여두둔이 지휘하여 불렀던 노래로 이해합니다.

내용상으로도 주장이 둘로 나뉘는 데 하나는 다윗이 노년에 몸이 많이 쇠약해져 있는 가운데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삶을 정리하는 자세로 하나님께 죄의 용서와 구원을 간구하는 내용으로 보는 견해와 다른 하나는 범죄로 인한 징계로 얻은 육신의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가운데 회개하며 용서와 회복과 구원을 구하는 내용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어느 견해를 따르든 현재 다윗은 육신의 질병과 고통으로 많이 쇠하여졌으며, 마지막 힘을 내어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의 도우심과 회복을 소원하여 간구하고 있습니다.

1절에서 다윗은 ‘내가 내 입에 재갈을 먹이리라’라고 하였다고 말씀합니다.

이유는 행위를 조심하여 자신의 혀로 범죄 하지 않기 위합니다.

비록 그가 상대하는 대상이 악인이라 할지라도 맞서 대적하다 보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만한 악한 말을 쏟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침묵은 악한 말뿐 아니라 선한 말에도 마찬가지로 침묵하는 것이었는데 그로 인해 다윗은 더욱 근심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내하며 침묵하던 다윗이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하였고 이내 하나님 앞에 고백합니다.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이 언제까지인지 알게 하사 내가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이 구절은 마치 임종을 앞둔 육신적으로 쇠약해진 노인이 이제 덧없는 인생의 남은 날을 세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합니다.

물론 질병으로 죽을 것 같은 위기에 직면한 병자가 혹시 모를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내용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여하튼 다윗은 현재 죽음의 위기를 넘나드는 중한 질병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가 깨달은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 길어 봐야 주님 앞에서는 한 뼘 길이도 되지 않는 그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즉 영원 전부터 영원까지 계시는 하나님께서 보실 때 우리 인간의 인생이란 손 넓이처럼 ‘아주 짧고 보잘것없다’라는 사실을 말씀하는 것입니다.

인생이 아무리 든든히 서 있는 것 같아도 하나님께는 한 호흡도 안 되는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다 무너질 뿐입니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헛된 일로 소란스럽게 뛰어다니지만, 그것은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재물을 쌓아 놓는다 하여도 그것이 다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물도 명예도 권세도 다 영원하지 않습니다.

짧은 인생 동안 잠시 누리다가 그림자처럼 다 사라질 것들일 뿐입니다.

인생의 황혼 또는 중한 질병의 죽음의 위기 가운데도 다윗은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주의 응답하심을 기다립니다.

저와 여러분도 언젠가는 다 주님 앞에 서게 될 날이 오게 됩니다.

우리의 날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어느 때 어느 상황이든지 오직 주님만 의지하고 그의 도우심 가운데 승리하시는 복된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