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가상칠언) (토요일)

본문 : (눅 23:46)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

오늘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말씀하신 마지막 말씀인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도 요한은 예수님께서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신 후 머리를 숙이고 영혼이 떠나가셨다고 말씀합니다.
요한복음 19:30,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마가와 사도 마태는 예수님께서 마지막 순간 큰 소리를 지르시고 죽으셨다고 말씀합니다.

마가복음 15:37,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지시니라”

마태복음 27:50, “예수께서 다시 크게 소리 지르시고 영혼이 떠나시니라”

그러나 누가는 요한이 그냥 지나쳤고, 마가나 마태가 그저 큰 소리를 치신 것으로만 기록한 그 말씀에 주목하여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기록하였습니다.

왜 이러한 차이가 있는지는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영혼을 하나님께 의탁하는 기도를 드린다는 것은 마치 아직도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보이기에 생략하였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십자가 자체가 철저한 인성을 바탕으로 감당하셨건 것이기에 이러한 기도를 드린다고 해서 전혀 십자가 사역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복음서 기자들이 십자가 위의 말씀을 모두 기록하지 않고 중요하다 여겨지는 말씀들을 선택적으로 취한 사실을 볼 때 마지막 소리치며 하시는 말씀이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보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누가는 사도행전을 기록한 것과 같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기술하고자 하는 치밀한 습관에서 온 기록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가 이 말씀을 기록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먼저는 이 말씀도 예수님께서 구약 성경에 예언된 말씀을 인용하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시편 31:5의 말씀에, ‘내가 나의 영을 주의 손에 부탁하나이다 진리의 하나님 여호와여 나를 속량하셨나이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다윗은 스스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고난 중에 처했을 때 하나님의 속량하심을 믿으며 자신의 영을 주의 손에 부탁드리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즉 이 기도는 절망 가운데 자포자기하거나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기도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을 향한 온전한 믿음으로 하나님의 구원과 보호를 확신하는 가운데 자신의 영혼과 생명을 계속해서 맡기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이 고백은 구약의 예언을 인용하신 것과 동시에 다윗과 같이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가운데 자신의 영혼은 믿음으로 맡기는 고백입니다.

둘째는 이 기도가 예수님께서 원래부터 있으셨던 곳으로 하늘 처소로 불러주시기를 간구하는 기도로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12살이 되었을 때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요셉과 마리아와 더불어 성전에 가신 적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부모는 많은 인파 중 예수님을 잃어버리고는 찾다가 사흘 후에야 성전에서 랍비들과 대화하시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아이야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하였느냐 보라 네 아버지와 내가 근심하여 너를 찾았노라’ 책망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나이까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 답했습니다.

누가복음 2:49,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나이까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 하시니”

누가는 이 사실을 기록하면서 ‘그 부모가 그가 하신 말씀을 깨닫지 못하더라’라고 기록하였습니다.

누가가 만일 이 말씀에 예수님의 부모들이 깨닫지 못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면, 충분히 십자가 위에서 말씀하신 마지막 말씀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상의 성전은 하늘 성전 즉 하나님께서 계신 하늘 처소의 모형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성전을 내 아버지의 집이라고 고백하신 것은 하늘 처소가 예수님의 본래의 처소라는 사실을 말씀하신 것이며, 성부 하나님께 자신의 영혼을 부탁하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원래의 자신의 집인 하늘 처소로 인도해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이 말씀을 통해 마지막 순간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나누고 계심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죽음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시는 그 순간 예수님께서는 홀로 계신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가운데 동행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어린아이가 홀로 계천의 징검다리를 건널 때 혼자서도 충분히 건널 수 있겠지만, 부모의 손을 잡고 또는 아버지의 등에 업혀서 건넌다면 전혀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건널 수 있습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죽으심을 두려워하거나 그 이후를 걱정하신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 성도들이 마지막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할 때 마지막 순간 어떠한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인지 본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스데반은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을 기억하고 그도 마지막 순간 그 보이신 모범을 따라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사도행전 7:59, “그들이 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문헌에 의하면 예수님처럼, 스데반처럼 수많은 우리의 믿음의 선배들이 순교하며 이 고백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 마지막 순간 그들은 예수님께서 하나님과 동행하였듯이, 그 마지막 순간 예수님과 동행하며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라는 이 고백과 함께 그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였던 것입니다.

참고로 유대인들은 아이가 잠자리에 들 때 그 아이의 영혼을 위한 기도를 드린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잠든 사이 숨이 멎어서 아이가 죽더라도 그 영혼을 하나님께서 구워해 주시기를 구하는 것입니다.

어느날 어느 순간 어떠한 모양으로 우리의 죽음은 다가올지 모릅니다.

어떤 이들은 준비조차 할 겨를도 없이 부르심을 받기도 합니다.

항상 주님과 동행하시며, 스데반과 같이 우리의 영혼을 주께 의탁하는 가운데 두려움 없이 담대히 천국에 이르는 모든 성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